華商, 동남아 경제 70% 장악…'일대일로' 타고 글로벌 진격

입력 2019-07-28 18:26   수정 2019-07-29 02:12

글로벌 리포트

세계 경제 '큰손'으로 뜨는 화교 자본



[ 강동균 기자 ] 태국의 CP그룹은 지난해 11월 미국 미디어그룹 메리디스 코퍼레이션으로부터 세계적 경제잡지인 포천을 인수했다. CP그룹은 현금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지급했으며 창업주의 아들이 포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엔 이마트의 중국 매장 5개를 사들이기도 했다. CP그룹은 화교자본이 세운 기업으로 태국에서 농업, 식품, 유통, 에너지, 통신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10%가량을 차지하는 태국 내 최대 기업이다.

필리핀의 화교기업 졸리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커피전문점 커피빈의 새 주인이 된다. 졸리비는 지난 24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펀드(PE) 컨소시엄 등이 보유한 커피빈 지분 100%를 3억5000만달러(약 41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CP그룹과 졸리비처럼 동남아시아 무대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화교기업이 늘어나 주목받고 있다.


세계 168개국에 8700만 명 거주

화교(華僑)는 중국을 뜻하는 ‘화(華)’와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을 의미하는 ‘교(僑)’가 합쳐진 말이다. 중국 이외의 곳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가리킨다. 화교는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우선 중국 본토 외 국가나 지역에서 거주하는 중국인을 화교라 말한다. 이들의 2, 3세는 현지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다수인데, 화교와 구분하기 위해 ‘화인(華人)’이라 부른다. 화인 가운데 중국계 사회에 참여하지 않은 현지 국적자를 ‘화예(華裔)’로 분류한다. 최근엔 화예를 제외한 화교와 화인만을 화교라 칭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현재 세계 168개국에 8700여만 명의 화교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90% 이상이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상당수 화교는 근면함과 성실함, 탁월한 이재(理財) 감각을 바탕으로 화상(華商)으로 발돋움했다. 세계 화상이 보유한 현금성 유동자산만 2조~3조3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집단으로 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은 제3의 세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월가 등 세계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에 필적할 만한 유일한 집단이 화교라고 말할 정도다.

동남아시아로 집중 이주

화교들은 19세기 말부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질 때까지 중국의 격동의 역사 속에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등 동남아로 집중적으로 옮겨가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중국 정부가 1950년대 중반부터 원칙적으로 화교에 대해 중국 국적을 허용하지 않자 이들은 악착같이 돈을 모아 현지 사회와 문화에 융화되기 시작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비롯해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할아버지,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의 남편이 모두 화교다.

화교는 동남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태국의 화교 인구는 10%에 불과하지만 제조업의 90%, 상업의 80%, 철강업과 운수업의 70%, 방적업의 60%를 화교 자본이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구의 1.3%가 화교인 필리핀은 경제의 60%를 화교 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전체 인구의 약 77%가 화교다. 이들이 상장기업의 80%가량을 점유해 명실상부한 ‘화교의 나라’로 불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인구 4%에 불과한 화교가 경제의 80%를 지배하고 있다.

동남아 경제 좌지우지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화교 자본은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화교가 운영하는 기업이 동남아 주식시장 상장사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화교들은 동남아 각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포브스가 2016년 발표한 세계 부자 500대 순위에 오른 태국 부자 16명 중 10명이 화교다. 태국의 국민맥주로 불리는 창(Chang)맥주그룹을 소유한 짜런 시리와타나팍디(중국 이름 쑤쉬밍) 회장과 태국 CP그룹의 다닌 치아라와논드(셰궈민) 회장이 1, 2위를 차지했는데 두 사람 모두 화교다.

인도네시아 매출 상위 20대 기업 중 18개가 화교 기업이다. 부자 1~3위도 화교가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민간은행 BCA은행과 담배기업 자룸(Djarum)을 경영하는 하르토노 형제가 수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말레이시아 10대 부호 중 9명도 화교로 채워졌다. 말레이시아의 ‘호텔왕’ ‘설탕왕’으로 불리는 곽씨형제그룹을 운영하는 로버트 곽(궈허녠)은 2006년부터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필리핀 역시 갑부 10명 중 6명이 화교다. 소매유통기업 SM그룹과 필리핀 최대 은행 BDO를 소유한 헨리 시(스즈청) 회장, 식품회사 JG서밋홀딩스의 존 고콩웨이(우이후이) 회장, 필리핀의 국민담배인 포천담배와 필리핀항공을 거느린 LT그룹의 루시오 탄(천융차이) 회장이 각각 1, 2, 4위에 올랐다.

에너지 음료 레드불로 유명한 태국 화빈그룹의 옌빈 회장, 인도네시아 재계 2위 대기업 살림그룹의 기틀을 마련한 린샤오량 등이 대표적인 화교 기업인이다.

중국 뒤 받치는 화교 자본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데에도 화교 자본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초기 외국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중국 투자를 주저하고 있을 때 화교들이 먼저 뛰어들었다. 1979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한 이후 2005년까지 중국의 외자 유치 규모는 6224억달러(약 734조2450억원)를 기록했다. 이 중 화교 자본이 주도한 투자가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화교가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천으로는 끈끈한 네트워크가 꼽힌다. 동남아 화교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일컫는 ‘죽망(竹網)’이란 전문용어가 있을 정도다. 대표적인 비즈니스 교류의 장이 ‘세계화상대회’다. 리콴유 전 총리의 제안으로 1991년 시작된 이 대회는 2년에 한 번씩 세계를 돌며 열린다. 2005년엔 한국에서 열리기도 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화교와 화상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활용해 화교 자본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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